미국 대학 이야기 4 - 알바로 생활비 벌기!
대학에 입학한 순간부터 알바를 해서 생활비에 보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때는 교내알바 이런 게 없지만 대학은 교내알바를 해서 합법적으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알바자리를 하루빨리 찾고 싶었다. 유학생들은 최대 20시간까지 교내알바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학생 신분으로 학교 내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Work study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주어진 자리여서 자리가 있다고 해서 이메일을 보내보면 work study 만 뽑는다는 답장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학교 홈페이지 여러 곳을 돌며 일자리 공고들을 찾아보았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많이 물어봤다. 그러던 중, 유학생도 할 수 있는 일자리 공고가 올라왔었는데 도서관에서 일을 하는 알바였다. 정확한 포지션 이름은 library explorer였다. 공고를 보자마자 보잘것없는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제출했다. 경력하나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방학 때 잠깐 했던 알바들을 끼워 넣고 쓸데없는 내용을 짬뽕시킨 이력서와 인터넷에서 쓰는 방법을 찾아 속성으로 작성한 커버레터ㅎㅎ 감사하게도 이 서류들만 보고 인터뷰 이런 것 없이 합격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일주일에 5시간 내외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적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에서 일을 하기 위해선 Social Security Number (SSN) 이 필요한데 유학생이 SSN을 받을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쉬운 방법이 교내 알바이다. SSN을 발급받으면 신용점수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용하다. 유학생이 SSN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합법적으로 일을 한다는 증명이 필요하다. 학교에 문의해 교내알바를 한다는 문서를 받아 Social Security Office에 가서 SSN을 신청했다. SSN 카드가 집으로 배송되기까지 한 일주일 정도 걸렸던 것 같다. SSN을 받고 첫 교내 알바를 시작했다. 일회성 알바였기 때문에 한 서 너달 정도 일했 던 것 같다. 하는 일은 많이 없었고 학교 도서관을 좀 더 학생들과 친밀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그런 활동을 했다. 시급은 $10이었고 일주일에 한 번 외식할 비용 정도는 벌었던 것 같다. 다음으로 한 교내알바는 학교 Dining Hall에서 Peer to Peer Ambassador로 일을 했다. 뭐 다이닝 홀에서 이벤트 진행하고 마케팅을 하는 그런 업무를 했다. 이 알바는 정말 학기 초나 이벤트 기간에만 바빠서 그렇게 일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이곳도 시급은 $10이었다. 처음 일을 시작한 일부터 따져보면 한 1년 정도 일했던 것 같은데 정작 일을 한 시간은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첫 두 알바를 구하고 나서부터는 다음 알바를 찾기는 좀 수월해졌다. 1학년은 신입생이라 튜터나 이런 걸 못하기 때문에 열심히 잘 찾아다녀야 구할 수 있지만 2학년부터는 1학년 과목들 튜터나 조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좀 수월해진다. 내 전공 학과에서 STEM Retention Peer Mentor를 구하길래 잽싸게 지원을 했다. 1학년 신입생들이 필수도 들어야 하는 UNIV 101 수업에 멘토로 활동을 했고, 일주일에 한 번 수업에 들어가고 학생들과 수업 외에 한두 번 정도 야외 활동을 했었다. 요 알바도 시급은 $10이었다. 다음으로 구한 알바는 Teaching Assistant, 즉 조교였다. Computer Science 학과는 조교들을 많이 필요로 하는 학과여서 2학년만 되어도 1학년 수업을 조교로 들어갈 수 있는데 Lab (실험) 수업을 들어가 질의응답을 해주고 숙제나 테스트를 채점하는 그런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조교는 다른 알바보다 조금 더 받을 수 있는데 시급이 $13이었다. 내가 한 교내 알바 중 가장 오래 한 알바가 조교이다. 뭐 쭉 이어서 해온 것 아니지만 총 합하면 2년 이상은 조교로 일했던 것 같다. 조교로 일하면서 좋았던 점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내가 좀 알쏭달쏭했던 내용들을 복습하고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조교로 일을 하면서 20시간까지는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메꾸고자 또 일을 찾았는데 ELC (Engineering Learning Community) Tutor였다. ELC는 1학년들 중 공대를 다니는 학생들 중 희망 학생들을 같은 기숙사에 묶어 놓는 커뮤니티인데 공대 말고도 Business 나 Nursing 같이 다른 전공도 자기들 만의 기숙사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었다. 나도 1학년때 ELC 소속이었고, 어찌하다 Tutor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지원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수학, 물리, 화학 등등을 가르쳐 주었다. 주도적으로 가르친다기보단 학생들이 모르는 문제나 부분이 있으면 질문을 하면 대답해 주는 역할이었다. 마지막으로 구한 교내 알바는 졸업 전 막학기에 한 ACE (Academic Center for Engineers) Tutor였다. ELC tutor 랑 거의 비슷하지만 철저한 예약제였다. 자신 있는 과목을 올려놓으면 그 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내가 올려놓은 스케줄에 맞는 시간에 예약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나는 ECES 301 Signals and Systems I을 맡았는데, 2학년 때 배운 수업이라 3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서 가르치는 게 힘들긴 했지만 뭐 열심히 공부해서 도와주었다. ELC tutor 랑 ACE tutor 역시 시급이 $10이었다.
첫 두 알바를 제외하고는 다 누구를 멘토 하거나 가르치는 일을 했다. 사실 보면 가장 체력 손실 없이 할 수 있는 알바였던 것 같기도 하다. 알바를 하면서 돈도 벌었지만 내 실력향상에도 한몫했다. 한 번에 3개 정도의 교내알바를 같이 한 적도 있었을 정도로 참 열심히 대학생활을 했다. 일주일에 평균 10-15 시간 정도 교내알바를 하면서 시간 관리를 더 잘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에서 한 교내 알바 수익을 다 합쳐보니 만불이 넘게 나왔다. 5년간 교내 알바로만 천만 원이 넘는 돈을 열심히 벌었고 덕분에 맛난 것도 사 먹고 군것질도 할 수 있었다.ㅎㅎ 미국 대학을 다니고 있거나 다닐 예정이라면 경험도 쌓을 수 있고, 영어실력도 늘리고, 돈 도 벌 수 있는 일석 삼조 교내 알바의 문을 두드려 보는 걸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