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미국 고등학교 이야기 1

Saem's Village 2022. 8. 23. 11:47

2013년 6월쯤 미국에 처음 와서 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수업을 듣고 8월쯤에 미국 고등학교 9학년 (freshman)의 삶을 시작했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캘리포니아 남부에 위치한 조그만 Christian (기독교) 학교였다. 미국으로 유학을 오기 위해 나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2학년 중간고사를 마치고 자퇴를 했다. 무슨 고2가 미국 유학이냐? 너무 늦은 유학 아닌가? 차라리 대학교 때 미국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은가? 수많은 질문들을 뒤로 한채 나는 미국으로 향했다.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을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미국 유학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은 돈이 많은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는 집에 돈이 많아 유학을 올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항상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만 한채 살아오다 우연한 기회에 한 장학재단의 도움으로 미국에 올 수 있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2학년을 다니다 자퇴를 한 나는 9학년, 한국으로 하면 중3으로, 2년 반 정도 학년을 낮춰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한국에서 영어를 잘하지 못했던 내가 미국에서 영어로 된 모든 수업을 따라가기엔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9학년 때 들었던 Biology (생물학) 수업에서 본 첫 퀴즈를 C에 해당하는 점수인 70점을 맞고 나서, 멘붕이 왔었다.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이 나를 감쌌다. 수학이나 과학 같은 과목은 한국에서 배워 아는 내용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수업을 따라가려 하니 모르는 단어들이 정말 많았다. 그래도 학년을 낮춰간 덕분인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영어로 외워야 한다는 점 외에는 점차 수업에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어수업은 적응이 제일 힘든 과목이었다.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수업시간에 전자사전을 사용해 모르는 단어를 찾아가며 수업을 들었다. 한국어로 된 책도 좋아하지 않는 내가 미국에서 영어로 된 책을 읽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미국 아이들의 몇 배나 되는 시간을 들여 수업에서 필요한 책을 읽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고 외워가며 공부를 했다.

 

수업은 내가 공부를 하면 따라갈 수 있었지만 내 스피킹과 리스닝 실력은 전혀 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미국 친구들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들을 뿐만 아니라 어쩌다 한 번 이해를 하면 이미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친구들의 대화에 끼기란 쉽지 않았다. 친구들이 웃으면 눈치껏 웃어 넘어가곤 했고, 나에게 직접 질문을 할 때 외에는 거의 대화에 끼지 못했다. 첫 해에 한국인들이랑 같이 살다 보니 영어를 집에서 할 기회가 없어 더 더디게 늘었던 거 같다. 그래도 학교에서 만큼은 최대한 한국인 유학생들을 멀리하고 미국 친구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했다. 첫 해에는 영어 실력이 더디게 늘어가는 나날을 보내며 이러다가는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영어로 된 수업, 스피킹과 리스닝 말고도 미국 생활을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