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미국 고등학교 이야기 3 - 미국 가족이 생기다: 고양이 편

Saem's Village 2022. 8. 30. 10:50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지 1년쯤 돼가는 9학년 말 나는 유학생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영어는 맘처럼 늘지 않고 살이 쪄 점점 건강이 나빠져 가는 나날을 보내며 유학생활에 지쳐가던 나에게 새 환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새 환경이 더 나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홈스테이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9학년 때 지냈던 곳에 이야기를 한 뒤 새로운 호스트와의 매칭을 기다렸다. 9학년 2학기가 끝나고 한국에 돌아가 다시 미국에 돌아오기 전까지도 새로운 호스트가 누구일지 몰랐다. 10학년 1학기 미국에 들어와 첫날 새로운 호스트를 만났다.  호스트 분은 60대의 백인 여자분이셨다. 남편이 계신데 고향에 가 계셔서 혼자 마중 나오셨다고 했다. 짐을 싣고 호스트의 집으로 향했다. 학교와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한 동네의 집이었다. 내가 항상 꿈꿔왔던 수영장이 있는 2층 집이었다.

 

집으로 들어서자 나를 맞이한 건 다름 아닌 고양이였다. 사실 고양이 강아지 등 애완동물을 무서워하는 나에게는 고양이와 한 집에 산다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 집에 간 첫날의 에피소드는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저녁에 잠을 자다가 화장실을 가려고 잠깐 일어났다. 방문을 열어놓고 화장실을 갔다 와 문을 닫았다. 다시 자려고 누워 눈을 감고 있는데 이불 위에서 누군가 나를 톡톡 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냥 잘못 느낀 건가 생각했는데 다시 톡톡 누군가 나를 건드렸다. 너무 무서웠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 하니 옆에 있던 램프를 켜 이불 위를 확인했는데 고양이가 나를 톡톡 건드리고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온 잠깐 동안 내 방으로 침입을 한 것이었다. 그 순간 너무 놀라 일단 방을 뛰쳐나와 2층 거실에 있던 소파에 앉아 있었다. 새벽시간이라 호스트를 깨우는 것은 너무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고양이가 스스로 나와주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살려달라고 호소했는데 엄마는 한국에 있는 내가 무얼 할 수 있냐며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다. 살면서 길고양이 말고는 고양이를 본 적도 만져본 적도 없어 내 방에 있는 이 아이를 밖으로 끌어낼 방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 30분 두려움에 떨며 밖에 앉아있었는데 고양이가 내 방에서 걸어 나왔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아이를 보고 잽싸게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잠을 다시 청했지만 계속 누군가 톡톡 건드리는 느낌이 드는 꿈만 꾸다 잠을 설쳤다. 그 뒤로는 내가 방에 있으나 없으나 문을 닫는 습관이 생겼다. 간혹 가다 문을 안 닫을 때면 항상 내 방에 들어와 침대 밑에 숨어 있거나 내 벨트를 망가트렸다. 

 

첫날의 악몽을 겪고 나서 이 고양이와 과연 친해질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사실 결론만 말하자면 완전히 친해지지는 못 했다. 2년 정도를 같이 살았지만 그래도 너무 무서웠다. 그래도 2년간 같이 살며 이 아이는 나의 첫 반려묘가 되었다. 우리 집 고양이는 내가 공부할 때마다 내  책상에 올라와 내가 읽고 있는 책 바로 위에 앉았다. 이 아이를 들어 바닥으로 내려놔야 하는데 쉽사리 만질 수가 없어 다른 방도가 필요했다. 여러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가장 효과 있었던 방법은 종이를 구겨 공처럼 던지는 것이었다. 내가 공부하던 곳은 2층이어서 종이 공을 여러 개 접어 1층으로 던졌다. 얘는 쏜살같이 뛰어내려 가 종이를 가지고 올라와서는 내 앞에 내려놓고는 다시 책상으로 뛰어올랐다. 분명 말하지만 강아지가 아니고 고양이다. 종이 공을 못 찾을 때에도 다시금 올라와 책상으로 뛰어 올라와 내 공부를 방해했다. 이 아이는 내가 자기와 놀아준다고 생각을 했을까? 내가 공부할 때면 매일 같이 찾아와 공놀이를 하였다. 하지만 쉬지도 않고 계속 책상으로 올라와 공부를 방해해 가끔은 2층에 있는 다른 방으로 공을 던져 문을 닫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안하지만 그때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이런 애증(?)의 관계였던 고양이와 이별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