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미국 고등학교 이야기 6 - 미국 가족이 생기다: 피츠버그 가족 편

Saem's Village 2022. 9. 9. 11:46

호스트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분들의 가족분들도 나의 가족이 되었다. 두 분은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피츠버그라는 동네 근처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호스트의 가족들은 거의 대부분 아직 그 지역에 살고 있다. 호스트분들과 살게 된 첫 해 겨울 피츠버그를 놀러 갔다. 크리스마스마다 피츠버그를 가는 것이 전통(?)이라고 했다. 그때 당시엔 호스트 아빠의 부모님께서도 살아계셨다. 피츠버그를 방문할 일이 있으면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머물렀다. 피츠버그에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거의 사돈의 팔촌까지 만난 것 같다. 호스트 가족과 함께 보낸 첫 크리스마스에 정말 많은 선물을 받았다.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까지도 나에게 여러 선물들을 해주셨다. 처음 보는 나에게 까지 선물을 챙겨주는 분들을 보고 내가 이 가족 구성원이 되었구나, 진짜 미국 가족이 생겼구나 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도 크리스마스를 피츠버그에서 거의 매 해 보냈고 많은 가족분들을 만난 거 같다. 사실 하도 사람이 많아서 얼굴만 알고 이름은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근데 그분들은 다 나를 아신다. ㅎㅎ 수많은 백인 미국 가족들 사이에 끼어있는 유일한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간혹 정말 처음 보는 분들도 있긴 한데 나를 알아본다. 호스트한테 얘기를 들었다면서 ㅎㅎ 

 

3년 전쯤 호스트 아빠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아흔이 조금 안된 나이로 돌아가신 것 같다. 대학교를 다닐 당시였고 인턴으로 일을 하고 있어 회사에 말을 하고 피츠버그행 티켓을 끊었다. 미국에서 처음 가보는 장례식이었다. 한국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사실 한국에서 장례식을 너무 어렸을 때 가봐서 기억은 거의 없지만, 미국에서는 조문객들이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고인의 시신을 관에 넣고 열어둔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달 전 피츠버그를 방문할 일이 있어 시간을 내어 얼굴만 잠깐 뵈고 왔는데 다행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할머니를 보내고 작년 호스트 아빠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흔이 훌쩍 넘은 나이였다. 아내분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많이 힘들었다고.. 그 긴 세월을 같이 보내왔는데 그리움이 얼마나 크셨을지... 그렇게 나는 미국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내드렸다.

 

많은 가족들을 만났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한 사람 있는데 바로 호스트분들의 막내 손자이다. 내가 처음 그 아이를 만났을 땐 정말 귀여운 꼬맹이였다. 나를 참 좋아하고 잘 따랐었다. 레드벨벳의 덤덤을 들려주었는 데 따라 부르고 춤도 추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중학생이고 키도 훌쩍 크고 나랑 아는 척도 잘 안 해준다. 이제 뭐 꼬맹이가 아니라는 일종의 반항인 것 같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나에게는 정말 좋은 미국 대가족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