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8일 수요일 허리케인 이안 (Hurricane Ian) 이 플로리다를 강타했다. 조금만 빨랐다면 카테고리 5 가 되었을 이 허리케인은 카테고리 4로 내가 사는 지역 부근을 최고 속도 150 mph로 강타했다. 내가 플로리다에 살면서 처음 경험하는 허리케인이었고 뉴스로 경고가 나올 때 이 지역 사람들은 설마 오겠어라는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1935년 이후 플로리다를 상륙한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이었기 때문에 전 허리케인들을 경험했던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조차 그렇게 심하게 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엔 나도 설마라고 생각을 했는데 점점 다가올수록 크기가 점점 커진다 이런 이야기들이 뉴스에서 나오자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화요일 아침 호스트 아빠와 나는 창문에 셔터를 설치했다. 셔터는 창문에 맞게 크기를 제작해야 하고, 못이나 지지대가 들어가는 자리를 집에 뚫어야 하기 때문에 셔터를 미리 준비하지 않은 집들은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우리 집도 창문에 맞는걸 다 찾은 게 아니어서 몇 개만 셔터를 달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유리문은 수영장으로 향하는 문인데 다행히도 그 문들은 전부 허리케인 방지 문이어서 안심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 예보가 나올 때는 템파 (Tampa) 부근으로 허리케인이 지나갈 예정이라고 하였으나 월요일쯤부터 예보가 변경되더니 점점 남쪽으로 내려왔다. 나는 허리케인의 중심부가 지나간 포트 마이어스 (Fort Myers) 와는 북쪽으로 고작 한 시간 반 안팎에 가까운 지역에 살고 있다. 가끔 비행기를 타야 할 때면 포트 마이어스 공항에 가서 타곤 할 정도로 정말 가까운 곳이다.
허리케인이 강타하기 전날 사실 너무 무서워서 호스트 엄마 방에 가서 잤다. 내 방 창문에는 셔터가 안 달려 있고 만 (gulf)를 바라보고 있는 곳이어서 까딱하면 창문이 날아갈까 무서웠기 때문이다. 중요한 서류들을 비닐 팩에 넣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했다. 내가 사는 지역은 Evacuation Zone A, 즉 대피지역 A, 가장 위험한 지역에 살고 있는데 도시에서는 A와 B 지역의 대피가 떨어졌다. 이웃들 중에는 친구 집이나 좀 더 내륙으로 대피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우리는 집에 머물기로 하였다. 집이 콘크리트로 지어져 있어 날아가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화요일 오후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수요일 새벽 6시쯤에 정전이 되었다. 뭐 정전이 되었으니 일은 당연히 못했고, 뉴스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행히도 창문 쪽에 붙으면 가끔 5G가 터져 한 시간 정도마다 허리케인이 어느 정도 왔나 체크 정도는 할 수 있었다. 허리케인은 정말 강력했다. 수영장으로 향하는 문을 가끔 열어 허리케인의 바람의 위력을 체크해 보기도 하였다.
거센 바람과 비가 몇 시간 내리 몰아쳤다. 그러다 집 뒷마당에 있는 나무 하나가 부서졌다. 다행히 그냥 마당으로 떨어졌다.
그것 말고도 옆집에 있는 나무 하나가 더 부서졌는데, 우리 집 수영장에 있는 우리? (cage) 위로 떨어져서 조금의 피해가 있었다. 다행히도 집 지붕으로 떨어지지 않아서 집은 무사히 지킬 수 있었다. 또한, 뒷마당에서 점점 물이 차 오르긴 했으나 지대가 좀 높은 덕인지 다행히도 75% 정도까지만 차고 다음날 아침부터 물이 점점 줄어들었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다음날 아침 호스트 엄마의 언니 집이 무사한지 가 보았다. 가는 길에는 처참한 현실이 펼쳐져 있었다. 이웃분들은 다들 무사했지만 집들은 피해를 많이 입었다. 어떤 집은 나무가 쓰러져 지붕을 관통해 들어간 곳도 있었고, 지붕이 그냥 날아간 집도 있었고, 나무가 쓰러져 길을 가로막은 곳도 있었다. 대부분의 집들은 조금씩의 피해는 기본적으로 있었다. 가장 흔한 피해는 지붕이 날아가서 물이 샌 집들, 그리고 수영장 우리에 있는 모기장 같은 스크린(?) 이 다 날아간 집들, 수영장 우리가 그냥 주저앉은 집들, 울타리가 쓰러진 집들이 가장 많았던 거 같다. 그래도 이웃집들을 지나가며 피해가 어떻냐라고 물어볼 때 모두 했던 말이 "우린 살아있잖아!"라는 말이었다. 집, 수영장, 그리고 울타리는 날아가도 사람이 다치지 않고 살아있음에 다들 감사했다. 우리 집보다 피해를 입은 집이 훨씬 많았기에 피해가 적음에 정말 다행이었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허리케인 온 다음 날부터는 복구의 나날이었다. 이웃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자기 집의 피해상황이 얼마인지 파악하기도 하고, 위험할 수 있는 나뭇가지들을 치우고, 쓰러진 나무들을 전기톱으로 잘랐다. 정전이 되었기 때문에 집에 있는 그릴로 밥을 해 먹었다. 냉장고에 있는 먹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먹어 치웠고, 상한 음식들은 모조리 버려야 했다. 내가 사는 지역은 전기가 복구되기까지 1주일이 넘게 걸렸다. 글을 쓰는 시점은 10월 9일, 허리케인이 지나가고 11일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전기가 복구되지 않은 지역도 있고, 내가 사는 지역은 아직 물을 끓여 먹으라는 권고사항이 남아있다. 그리고 도로 양옆은 사람들이 치워놓은 나무들이 쌓여 있다.
이렇게 험난했던 내 첫 허리케인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복구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몇 주가 아니라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허리케인을 겪으며 정전이 되었을 때 깨달았던 점은 예전에 집에서 다른 지역의 재난 뉴스를 볼 때 구조요청, 피해상황 이런 걸 뉴스로 알 수 있었지만, 재난 현장에 있었던 나로서는 뉴스를 확인하기가 너무 힘들어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중요한 소식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더구나 내가 사는 지역은 나이가 많으신 은퇴하신 어르신분들이 많이 사시는데 정보를 얻는 것도 힘들고 생활하시는데도 정말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다행히 이 주변 지역은 큰 홍수피해는 많이 안 입은 것 같지만 우리보다 남쪽에 사는 사람들의 피해 사진을 보았는데 정말 처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빨리 이 허리케인이 복구가 되어 정상화가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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