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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상

미국에서 사랑니 뽑는데 드는 비용은?

3월 말 사랑니 4개와 작은 어금니 4개를 발치했다. 현재 교정 중인데 작은 어금니 발치가 필요한 케이스여서 뽑는 김에 사랑니도 같이 뽑았다. 오른쪽 윗 사랑니는 이미 반정도 자라난 상태였지만 나머지 3개는 모두 매복 사랑니였다. 내가 교정을 하는 치과에서는 발치를 해주지 않아서 발치를 전문으로 하는 치과를 찾아봐야 했다. 열심히 페이스북 지역 커뮤니티에서 서칭을 하고 구글 리뷰를 읽고 구강외과 몇 군데에 전화를 했다. 미국은 초진이라면 병원 예약 잡는 것이 쉽지가 않기 때문에 여러 군데를 전화를 돌려 최대한 빨리 진료 예약을 잡을 수 있으면서 내가 가진 치아 보험을 받아주는 한 치과로 예약을 잡았다. 이 동네 치과들의 특이한 점이라면 한 의사가 여러 지역에서 진료를 본다는 것이다. 구강 전문 치과는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서 일주일에 하루 수요일에만 진료를 보고 나머지 요일은 좀 떨어진 곳에서 진료를 보는 곳이고, 교정 치과도 하루 씩 번갈아 가며 두 곳에서 진료를 본다고 한다.

 

첫 진료는 여기서 이를 뽑을 수 있는지, 내가 믿을 만한 곳인지 결정을 할 수 있는 Consulation 즉 상담을 하는 날이다. x-ray 도 안 찍고 교정치과에서 보내준 사진으로 상담을 받는 거였지만 진료비는 당연히 청구되었다. 3:30분에 예약이었는데 많이 밀려있었는지 실제로 진료의자에 앉은 시간은 4:30분 정도였던 거 같다. 진료의자에 앉아서 의사 선생님이 오기까지 한 10여분 기다리며 간호사분과 잡담을 나누었다. 사랑니를 뺄 수 있는지, 사랑니를 뺄 수 있다면 꼭 빼야 하는지 뭐 이런 질문들을 했는데, 결론은 뺄 수 있고, 꼭 빼야 하지는 않지만 교정 후 자리가 생긴다고 사랑니가 제대로 난다는 보장도 없고, 문제를 안 일으킨다는 보장도 없다는 거였다. 그러니 생각해 보고 알아서 결정하라고ㅎㅎ 뭐 결론을 내지는 않은 채로 일단 발치비용이 경우에 따라 얼마가 나오는지 먼저 알아보기로 했다. 나가는 길에 진료비를 냈는데, $59이 나왔다고 했다. 이 비용은 아직 보험 적용 전이라 적용 후에는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나는 회사에서 해주는 치아 보험이 있어서 다행히 상담한 비용은 100%로 커버가 되었다. 병원에서 보험이 없으면 청구하는 비용은 $95이고, 보험이 있으면 보험가격(?)으로 적용을 받아 $59인데 상담이나 정기검진 같은 경우는 1년에 1회는 100% 보험으로 처리가 되기 때문에 내가 낸 비용은 없었다. 이미 낸 비용을 돌려받지 않고 발치에 들어가는 비용에서 제하기로 했다. 

 

상담비용은 커버가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발치비용은 정말 얼마가 나올지 가늠이 안되었기 때문에 치과에서 비용 관련 전화가 왔을 때 사실 좀 두근두근 했다. 치과에서 보험 회사에 전화를 걸어 보험 적용 후 얼마가 나올지 미리 견적을 받아서 알려주었는데, 작은 어금니 4개를 기본 마취로 했을 땐 $97, 수면 마취를 했을 땐 $253이 나온다고 했고, 사랑니까지 같이 빼면 기본 마취는 $228, 수면 마취는 $436이 나온다고 했다. 사랑니를 뽑을 경우에는 그날 아침 신경을 누르고 있지는 않은지 뿌리가 몇 개인지 이런 걸 알아보기 위해 CT를 찍어야 한다고 했다. CT는 또 얼마가 들어가냐 했는데 다행히도 따로 비용이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했다. CT를 그냥 찍으려면 적어도 $200 이상은 들어간다고 들어서 또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ㅎㅎ 생각보다 비용이 적게 나와서 정말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는 김에 그냥 다 빼버리자 마음먹고 작은 어금니 4개, 사랑니 4개 총 8개를 빼기로 마음을 먹었고,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당연히 수면 마취를 선택했다. 

 

발치 당일.. 아침 8시 예약이었다. 내가 첫 환자 ㅎㅎ 6시간 공복을 유지해야 돼서 아침 일찍 하기로 했다. CT를 찍고 진료의자에 앉아 내 CT를 감상(?) 했다. 무슨 동의서에 사인을 받고는 팔에 수액 주사 같은 걸 꽂았다. 그러고는 마취약이 든 주사기를 수액 주사가 연결된 선에 꽃아 주입했다. 의사 선생님이 마취가 되는데 몇 분 걸릴 거라고 하면서 잇몸을 면봉에 묻은 도포약으로 겉에 살짝 마취를 시킨다고 말했다. 내가 입을 아 벌리고 잇몸에 도포약을 바르려고 하는 거 까지가 내 마지막 기억이다. 몇 분 걸린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은 순 거짓말이었다. 30초 만에 수면상태에 도달했다.ㅎㅎ 그리고 내 다음 기억은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들리고 간호사 분이 볼에 아이스팩을 감아주는 거였다. CT를 찍기 위해 목걸이를 빼서 가방에 넣어 뒀는데 집에 와보니까 목걸이가 채워져 있어서 깜짝 놀랐다. 호스트 엄마한테 물어보니 내가 마취가 깬 후에 채워줬다는데 전혀 그런 기억이 없다. 정신이 별로 없는 상태로 집에 왔고, 오자마자 곯아떨어졌다. 한두 시간 자고 일어나서 약국에 가 처방된 약을 받아왔다. 진통제와 항생제. 집에 가기 전에 준 종이에 마취가 풀리기 전에 뭘 간단히 먹고 약을 한번 먹으라고 쓰여있었다. 뭐 입이 전혀 느껴지는 생태가 아니었지만 숟가락으로 요거트를 퍼서 공중에서 떨어뜨리고 꼴깍 삼켰다. 숟가락으로 물을 퍼서 입에 넣고 꾸역꾸역 약을 삼켰다. 발치 몇 시간이 지났지만 고통은 하나도 없었다. 마취가 아직 안 풀려서 그러나 싶어 그때까지는 초 긴장상태였다. 주위사람들이 사랑니 뽑고 엄청 아팠고 며칠간 잘 못 먹었다고 하길래 엄청 걱정했다. 첫 째날은 아무 고통 없이 지나갔다. 둘째 날 오전에 서서히 마취가 풀리고 혀가 느껴지고 이빨이랑 잇몸이 느껴졌지만 아무런 고통이 없었다. 뭐 아직도 마취가 안 풀렸다 생각이 들었다. 저녁이 되었는데도 고통이 하나도 없었다. 입을 벌리기는 쉽지 않았지만 아픈 곳이 하나도 없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 거의 모든 마취가 풀렸는데도 고통이 없는 걸 보고는 아 고통이 없으려나보다 생각했다. 고통은 없고 더 이상은 수프랑 요거트만 먹고살 수 없어서 셋째 날 점심으론 우동을 끓여 먹었다.ㅎㅎ 고통이 없어도 욱신거리거나 할 줄 알았는데 뭐 그런 것도 하나 없이 이게 발치를 한 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셋째 날부터는 진통제도 먹을 일이 없었다. 고통이 없다는 게 신기해서 여기저기 자랑하고 다녔다. 사랑니를 뽑으면 붓기도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나는 붓기도 많이 없었다. 아마도 내가 발치 1주일 전부터 한 민간요법의 효과가 나타난 게 아닌가 싶었다. 일주일 전부터 파파야로 만든 영양제를 여러 개씩 먹고 발치 이틀 전 파파야 반개 전날 반개 이렇게 먹으면 붓기가 안 생기는데 도움을 준다고 해서 시도해 보았는데 정말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발치 후 2주가 조금 안된 어느 월요일 아침 교정기 철사를 조이러 갔다 왔다. 고무줄 체인을 끼웠는데 그게 진짜 너무 아팠다. 전날까지만 해도 그냥 평소대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는데 교정기를 조이고 나서 먹는 첫 저녁은 진짜 울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씹다가 윗니랑 아랫니랑 부딪힐 때도 아프고, 그냥 씹는 것도 힘들고, 딱딱한 건 입에 갖다 댈 수조차 없었다. 누가 사랑니 발치가 아프다고 했는가... 교정기 조이는 게 더 아픈데ㅠㅠㅠ

 

보험이 있어서 $436 밖에 안 나왔지만 보험이 없었으면 얼마가 나왔을까? 실밥을 제거하러 가서 영수증을 달라고 했는데 치과에서 청구한 비용을 보고 기겁했다. 간단한 발치 (작은 어금니와 오른쪽 위 사랑니 한 개)는 이 한 개당 $335 이 청구가 되었고 사랑니 나머지 3개를 제거한 비용은 개당 $535이었다. 또한 수면 마취를 했기 때문에 수면마취 15분당 $200이 청구되었다. ㅎㅎ 다 합하면 $4,080, 즉 430만 원이 족히 넘는 금액이다. 내가 가진 치아 보험은 발치는 90%, 마취는 60%가 커버가 되고 보험 디스카운트가 있어 청구된 비용보다 절감된 가격을 적용받기 때문에 훨씬 저렴한 금액에 발치를 할 수 있었다. 치아 보험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역시 미국은 의료비용이 비싼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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