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처음 와 높은 언어의 장벽 외에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다름 아니라 음식이었다. 미국에 오기 전 한 번도 햄버거를 먹어본 적 없는 편식쟁이가 미국에서 음식으로 고생하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미국에서 제일 처음 먹었던 음식은 In-N-Out 버거였다. 한 번도 안 먹어본 음식에 대한 거부감으로 첫 입을 베어 무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 그렇게 처음 먹었던 햄버거는 반을 넘게 남겼고 감자튀김은 너무 짜서 입천장이 다 벗겨졌다. 한국음식이 너무나 그리웠다.
미국 와서 많이 먹었던 음식 중에 하나는 단연 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빵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던 나는 아침으로 빵을 자주 먹는 음식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또한, 빵 외에 자주 먹는 것은 시리얼이었는데 우유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시리얼도 잘 안 먹는 편이어서 아침마다 오늘을 뭘 먹어야 할까 고민했었다. 9학년 때 머물런던 집에서는 머핀이나 시나몬빵을 개별 포장해 놓은 걸 사다 놓았는데 아침마다 당류 가득한 음식을 먹으려고 하니 잘 안 넘어갔다. 한국에서 엄마가 챙겨주던 아침이 그리웠다. 아침은 어찌어찌 집에서 해결할 수 있었지만 점심은 집에서 싸오는 게 아니라면 학교에서 사 먹어야 했다. 피자, 브리또, 머핀, 미국식 안 매운 컵라면, 감자튀김 등을 팔았는데 맨날 비슷한 류의 음식을 먹으려 하니 금방 물렸다. 용돈을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하는 마음에 한 조각에 2불 정도 하던 페페로니 피자를 자주 사 먹었다. 한국에서 딱 한번 먹어본 피자를 미국에서는 진짜 많이 먹었다. 한국 학교에서 주던 급식이 너무 그리웠다.
음식으로 고생을 하면서 눈에 띄게 보였던 것은 체중 변화였다. 한국에서 거의 먹지 않던 음식들을 매일같이 먹고, 혹시라도 가끔가다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이 있으면 뭔가 살려면 먹어두어야 한다는 강박적인 식탐이 튀어나와 폭식을 했던 적도 있다. 미국에서 생활한 지 3개월 정도 만에 처음 미국에 왔을 때에 비해 10킬로가량 살이 불어나 있었다. 몸은 점점 무거워졌고 한국에서 가져왔던 바지들은 허리가 잠기지도 않았다. 또한, 단기간의 심한 체중 변화와 스트레스 때문에 생리를 10개월가량 건너뛰었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꼈었다. 한국에서 체육시간을 정말 좋아하고 나름 운동을 잘하는 편에 속했었는데 9학년 때 체육 수업이 없어서 몸 쓸 일이 거의 없었다. 다행히도 9학년 2학기에 클럽활동으로 소프트볼을 시작했는데 그때 몸을 좀 움직일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큼의 운동실력은 따라와 주지 않았다. 코치님이 하는 말은 알아듣기도 힘들었고, 미국에서는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몸을 사리며 조심스럽게 운동을 했을 뿐만 아니라 살도 찌다 보니 몸이 내 마음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렇게 1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하면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갔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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